폰테크 [조희연의 시대사색]‘이중 로컬 정체성’ 가진 생태시민 키우는 농촌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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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작성일25-10-15 02:06 조회14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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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유학은 도시 아이들이 한 학기 이상 농촌의 작은 학교에 머물며 배우고 생활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이 혼자만 가서 생활하는 ‘홈스테이형’, 지역센터에서 다른 학생과 공동생활하는 ‘유학센터형’, 나아가 ‘가족체류형’이 있다. 아무래도 초등학생이 대다수라 엄마와 아이가 함께 생활하는 가족체류형이 80~90%에 이른다. 아빠가 차를 가지고 주말에 내려와 지방 곳곳을 관광하고 지역 ‘맛집 기행’을 하면서 그 영상을 SNS에 올리는 가정도 있다. 도시에서 벗어나 흙을 밟고 산과 들에서 뛰노는 동안 아이들은 자연을 교과서 삼아 배운다. 논두렁의 개구리 울음, 장마 뒤의 무지개, 마을 어르신의 손끝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가 모두 수업의 일부가 된다. 한 엄마는 “우리 아이가 처음으로 하늘을 오래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2010년대 초반, 자연 속에서 공동체적 삶의 교육을 실현하려는-지금 ‘농어촌유학전국협의회’로 묶인-단체들의 선구적인 노력이 나타났다. 지자체의 시도 간, 그리고 시도 내 농촌유학 노력도 있었다.
흙을 밟는 도시 아이들
내가 교육감으로 재직하던 서울교육청에서 2020년대 초반부터 ‘흙을 밟는 도시 아이들’이라는 슬로건 아래 ‘생태전환교육’의 일환으로 권장하고 지원하면서 크게 확산했다. 장석웅 당시 전남교육감의 적극적 의지로 전남에서 시작해 전북·강원 지역으로도 확대됐는데, 지난 5년간 참여자가 총 2600여명에 이른다. 강원도에는 2025년 2학기 기준 44개 학교에 서울 이외의 학생까지 포함해 364명의 농촌유학생이 생겼다. 정근식 서울교육감은 최근 이를 제주도까지 확대했다. ‘제주도 한달살이’가 많은 사람에게 로망인 시대이고 교육청이 생활지원금까지 제공하니, 이제 ‘과잉 농촌유학’이 우려된다는 농담까지 들리곤 한다.
농촌유학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시골에서 한 학기 보내는 체험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생태전환교육의 한 축이며, 산업문명에 대한 성찰이다.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기후재난이 우리의 생존 기반을 뒤흔드는 지금, 아이들이 자연을 다시 ‘배움의 공간’으로 경험하는 일은 문명사적 전환의 출발이다. 우리는 이제 “더 많이, 더 빨리”의 경쟁교육에서 “함께, 느리게, 더불어”의 생태교육으로 옮겨가야 한다. 농촌유학은 그 방향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교과서다.
농촌유학은 또한 도시와 농촌이 함께 숨 쉬는 상생의 교육이다.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위기에 몰렸던 전남 곡성의 한 학교는 도시에서 온 유학생 20명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마을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깨어나고, 학교는 다시 지역의 중심이 됐다. 아이 한 명의 존재가 마을의 미래를 바꾼 셈이다.
나는 농촌유학의 더 큰 의미를 ‘이중 로컬 정체성’에서 본다. 서울 학생이 지방 학교에서 한 학기를 보내며 그곳을 제2의 고향으로 품게 된다면, 그 아이는 두 개의 지역 정체성을 지니게 된다. 하나의 뿌리에 고정된 ‘단일 로컬’이 아니라, 두 개의 고향을 품은 ‘이중 로컬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중 로컬 정체성은 로컬 간 다양성을 이해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비교하며 보는 눈을 길러준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이런 의미를 살려 농촌유학생들에게 ‘명예도민증’을 수여했다. 아이들에게 제2의 고향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상징적 노력이다.
재경시도민회 관계자들에게 “손주에게 할아버지 고향을 제2의 고향으로 물려주는” 캠페인을 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손주가 조부모의 고향 학교로 농촌유학을 간다면, 자녀 세대로 가며 끊어졌던 고향과의 유대가 세대를 넘어 이어질 것이다.
또한 농촌유학은 장기적인 귀농 지원정책이자 지방소멸 시대의 중장기 지역회복정책이라고도 의미 부여하고 싶다. 한 학기나 1년의 체류가 평생 인연으로 이어지고, 도시민이 농촌의 ‘생활인구’로 남아 지역과 관계를 맺는다. 일본에선 이를 ‘관계인구’라 부르며 지방을 살리는 새로운 개념으로 삼았다. 한국형 관계인구 확장의 가장 생생한 형태가 농촌유학생이다.
‘테마형 농촌유학’으로
이제는 농촌유학을 교육청의 시범사업으로만 둘 때가 아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주도해 ‘도시와 농어촌 교류촉진법’이 개정되며 지원의 법적 근거도 마련됐으니 거주공간 확충, 생활비 보조 등 다양한 국가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일부를 농촌유학 거점 시설 조성에 활용하고, 가족 단위 체류를 지원한다면 더 많은 도시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배울 기회를 얻을 것이다.
그동안의 장점은 계승하면서, ‘테마형 농촌유학’의 모델도 등장하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전북 섬진강변 마을에서는 ‘김용택 문학 농촌유학’을, 강원도 산골에서는 ‘생태예술 농촌유학’을, 남해에서는 ‘바다생태 농촌유학’을 운영할 수 있다. 자연과 문화, 지역의 인물과 전통이 어우러진 테마는 아이들의 배움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시(詩) 농촌유학, 미술 농촌유학, 국악 농촌유학, 태권도나 골프 농촌유학처럼 예술·체육 중심으로 특성화하는 것도 좋다.
한 학기 동안 흙을 밟고, 새벽의 안개를 맞으며,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본 아이들은 다시 도시로 돌아와서도 달라진 눈으로 세상을 본다. 도시의 빌딩 숲에서도 자연의 리듬을 기억하고, 경쟁의 교실에서도 공존의 가치를 떠올린다.
이런 의미에서, 농촌유학은 도시의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배우며 인간성과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교육의 본질 회복 운동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미 영국 BBC와 일본 아사히신문이 한국의 농촌유학을 소개하며 “기후위기 시대의 교육적 실험”이라 평가했다. 한국의 농촌유학은 산업문명 이후 새로운 문명을 향한 교육적 전환을 세계에 보여주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일(10월 10일)을 하루 앞둔 9일 저녁 평양 능라도 5월1일경기장에서 경축대회가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늘도 적수국들의 흉포한 정치·군사적 압력 책동에 초강경으로 맞서나가”고 있다면서 “사회주의 역량의 충실한 일원, 자주와 정의의 굳건한 보루로서의 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권위는 날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권력서열 2위 리창 국무원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겸 통합러시아당 의장이 평양을 찾아 경축대회를 관람했다. 중국에서 열렸던 열병식에 이어 이번엔 평양에서 ‘북·중·러’ 3각 연대가 재현된 모양새다.
한편, 애초 10일 평양에 비가 예정돼 있어 열병식이 9일 밤이나 10일 0시에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열리지 않았다. 열병식은 10일 밤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청년들과 만나 “모든 문제의 원천은 기회의 부족이고, 기회의 부족은 저성장으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뉴욕 방문에서 그는 월가의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록 회장을 만나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를 논의했다. 추석 전엔 오픈AI CEO를 삼성, SK 총수들과 함께 만난 뒤 AI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허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AI 산업 발전을 위해 “SK와 삼성이 운용하는 (반도체) 공장을 2배 정도 새로 지어야” 하며 “천문학적 재원도 필요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줄어드는 기회에 대한 책임을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지겠다고 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그가 저성장 경제를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보고, AI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의 문제는 짚어야 한다. 대통령실 직제상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을 AI미래기획수석 아래에 두고, 농림축산비서관을 경제성장수석 밑에 둔 데서 그의 우선순위가 잘 드러난다. 제대로 된 전력과 물 공급 대책 없이, 지역균형발전 목표에도 역행한 윤석열 정부의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 결정을 답습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대통령은 앞선 청년들과의 만남에서 ‘젠더 갈등’도 결국 성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이민자,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도 적용되는 논리일 것이다. 성장해야 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가고, 사회적 약자에게 불만의 화살을 돌리는 극우적 목소리도 힘을 잃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AI가 성장을 가져오고, 성장하면 기회가 늘어나며, 기회가 늘면 혐오와 차별도 없어질까. 그럴 것 같지 않다. 우선 AI 성장론이 부풀려졌다는 얘기가 AI 규제가 약한 영미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하이퍼스케일러’, 즉 AI에 대규모 투자를 한 자본이 이윤을 더 커 보이게 하는 회계 처리 방식으로 낙관론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블랙록, 블랙스톤 같은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매우 복잡한 투자 기법은 불투명한 측면이 있으며 다음 금융위기가 온다면 이들로 인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 월가 자본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올인하고 있지만,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AI로 성장률을 올린다고 치자. 그렇다고 기회가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노동의 참여 없이 이뤄지는 AI 주도 성장은 기존 디지털 경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 5000’을 주문처럼 외지만 현재 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을 반도체주가 주도하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는 삼성이 홀로 잘나가던 시절을 겪어봤다. 불평등 정도는 더 커졌고 노동자 서민의 삶은 더 고달파졌다. 그렇다면 경제가 성장한다고 혐오와 차별이 줄어들 거라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사회가 좀 더 평등해지기만 해도 혐오와 차별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많다. 사실 식량, 주택, 교통, 교육, 의료, 돌봄 등 사람이 사는 데 필수적인 것은 대단한 경제 성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일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며, 호혜적인 공동체들을 살리는 것으로 족하다. 경제부 기자로 오래 일한 언론인 안호기가 저서 <성장이라는 착각>에서 내린 결론이다.
무엇보다 값싼 화석연료에 의존해온 근대 산업문명이 지구 생태환경을 망가뜨리고 한계에 달한 지금, 고도성장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엄청난 양의 전기와 물을 잡아먹는다. 전례 없는 폭염과 수해, 가뭄 등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AI 산업 고도화는 약자들과 다음 세대에 더 큰 재앙을 안겨줄 것이다. 성장 집착의 문제는 자원의 집중과 무한경쟁을 강요하며, 사람들이 계속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하는 데 있다.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뿐만 아니라 최근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기회의 부족, 불평등에 대한 집단적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분명한 건 그런 불만이 성장에 대한 집단적 기대하에서 완전히 충족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치인들이 성장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는 가운데 사람들의 불만이 부조리한 체제를 멈추고 좀 더 협력적이고 생태적인 방향으로 가기보다 개인화, 파편화되고 다른 존재를 배제, 파괴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극우의 전진을 막으려면, 성장이라는 착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성장 없이도 좋은 삶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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